‘치즈인더트랩’은 순끼 작가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2016년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입니다. 작품은 심리 서스펜스와 캠퍼스 로맨스를 결합한 독특한 구조로 큰 주목을 받았으며, 원작의 두터운 팬층과 함께 뜨거운 기대 속에 공개되었습니다. 그러나 방송이 진행될수록 드라마와 원작 간의 해석 차이가 논란을 낳기도 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캐릭터 해석’이라는 관점에서 원작과 드라마의 차이점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연출 방식과 상징성까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유정 – 미스터리한 ‘선함’의 해석 차이
웹툰 원작에서 유정은 매우 복합적인 인물입니다. 겉으로는 완벽하고 친절하지만, 내면에는 타인을 조종하려는 기질이 있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그는 계산적이고 철저하지만, 그것이 전적으로 악의에 기반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이해받지 못한 데서 오는 방어기제적인 성격으로 표현됩니다. 반면 드라마에서 유정(박해진 분)은 초반에는 원작과 비슷한 분위기를 유지하지만, 중반 이후부터 캐릭터의 내면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채 미스터리한 선한 이미지로 고정되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유정의 이중성과 다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장면들이 축소되거나 삭제되어, ‘서스펜스적인 매력’이 약화되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원작에서는 독자가 유정의 진짜 모습에 대해 계속해서 의문을 품고 스스로 판단하도록 유도하는 반면, 드라마는 시청자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호함을 줄이고 납작한 서사로 정리해 버린 느낌을 줍니다. 이로 인해 유정의 심리적 상징성이 희석되고, 그가 주는 긴장감 역시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홍설 – 관찰자에서 서사의 중심으로
홍설은 원작과 드라마 모두에서 현실적이고 분석적인 시각을 가진 인물입니다. 웹툰에서 그녀는 독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찰자적 시점을 유지하며, 유정과 주변 인물들의 미묘한 심리를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인물로 기능합니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홍설(김고은 분)의 역할이 훨씬 적극적으로 변합니다. 그녀는 단순한 관찰자가 아닌, 사건을 직접적으로 이끌고 해석하는 주체로서 서사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이는 드라마라는 매체 특성상 감정선과 몰입도를 직접적으로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한 부분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홍설이 가진 원작 특유의 냉철함과 거리감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특히 원작에서 홍설이 유정을 바라보며 ‘신뢰와 경계’ 사이에서 계속 갈등하는 모습은, 드라마에서는 비교적 빠르게 신뢰 쪽으로 기울게 되며, 관계의 복합성과 긴장감이 축소됩니다. 이는 연출적으로는 로맨스 중심 전개를 택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원작이 보여주려던 심리적 관찰과 긴장 구조는 옅어지는 아쉬움을 남깁니다.
연출과 상징성의 차이 – 상징적 서사와 드라마적 압축
‘치즈인더트랩’ 원작은 심리와 상징에 기반한 섬세한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유정의 표정 하나, 홍설의 독백 하나, 인물 간 거리감 하나까지도 관계의 본질을 암시하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예컨대, 캐릭터의 위치, 시선, 말투, 조명 등은 모두 인물의 심리 상태를 은유하는 도구로 사용됩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제한된 회차 안에서 방대한 서사를 전달해야 하기에, 상징적 장면의 압축과 생략이 불가피했습니다. 웹툰에서 중요한 장면이었던 ‘계단을 올라가며 유정을 마주보는 설의 시선’ 같은 연출은 드라마에서는 직선적 사건 전개에 묻히거나 빠르게 지나가면서 상징성이 축소됩니다. 또한, 드라마 후반부는 유정보다는 백인호(서강준 분)에 무게 중심이 옮겨가는 구조로 변모하면서, 전체 서사의 방향성도 바뀝니다. 원작에서는 백인호는 조연이자 서브플롯이지만, 드라마에서는 강한 감정 이입 요소로 전환되어 유정-설 관계의 중심을 흔들게 됩니다. 이는 드라마 연출상 대중성 확보와 캐릭터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전략이지만, 원작의 철저한 ‘관계 심리’에 대한 탐색은 희생된 부분도 있습니다.
‘치즈인더트랩’은 원작 웹툰과 드라마 모두 매력적인 작품이지만, 캐릭터 해석과 연출 방식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유정의 이중성과 설의 관찰자적 입장이 축소된 드라마는 보다 감성적이고 드라마틱한 서사로 전개되며, 원작의 섬세한 심리 서스펜스를 대신해 대중적인 감정선을 택했습니다. 두 버전 모두의 매력을 이해하고 비교하며 감상한다면, ‘치인트’의 진짜 재미를 더욱 깊이 있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다시 한번 그 차이를 체감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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