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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Drama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 기존 영웅서사와 무엇이 다른가?

by 꿈 미디어 2025. 6. 22.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 기존 영웅서사와 무엇이 다른가?
출처 : 구글 /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 기존 영웅서사와 무엇이 다른가?

 

2017년 방영된 MBC 드라마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은 전통적인 사극의 틀을 깨고, 백성의 관점에서 새로운 영웅 서사를 제시한 작품입니다. 수많은 시대극 속 홍길동 캐릭터는 있었지만, 이처럼 기존의 ‘영웅’ 서사를 완전히 재해석한 드라마는 드물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역적’이 기존 영웅 서사와 어떤 점에서 다른지, 그리고 그 차별성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주목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기존 영웅서사와 드라마 ‘역적’의 근본적 차이

한국 드라마, 특히 사극 장르에서 영웅은 대개 왕족, 무장, 명문가 출신 인물이었습니다. 그들은 천재적 능력과 고귀한 출신을 바탕으로 백성을 구하거나 역사를 바꾸는 역할을 했죠. 그러나 MBC의 ‘역적’은 이런 관습을 정면으로 뒤엎습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홍길동’은 노비의 아들로 태어나 가장 밑바닥에서 출발하는 인물입니다. 여기서부터 전형적인 영웅 서사와는 방향이 완전히 다릅니다. 이 작품은 개인적 성공보다는 ‘백성의 입장’과 ‘민중의 저항’에 무게를 두며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기존 영웅물은 주인공이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높은 자리에 오르거나 역사의 중심으로 진입하는 방식으로 마무리되지만, ‘역적’에서 홍길동은 백성들과 함께 싸우고, 그들의 고통을 자신의 서사로 끌어옵니다. 즉, 엘리트가 아닌 백성이 직접 주체가 되는 서사라는 점에서 기존 영웅 드라마와는 확실한 결을 달리합니다.

또한, 드라마는 ‘길동’이 가진 초인적 능력보다는 그의 고뇌, 가족,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분노, 연산군이라는 절대 권력과의 대결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더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접근을 보여줍니다. 이로써 '역적'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영웅 이야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 됩니다.

백성 중심의 시선과 시대의 재해석

‘역적’이 기존 영웅서사와 차별화되는 또 다른 핵심은 바로 이야기의 시선입니다. 전통 사극이 왕, 신하, 귀족 계층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면, ‘역적’은 피지배 계층의 일상, 감정, 분노, 꿈을 조명합니다.

드라마 속 길동은 단순한 의적이 아니라, 백성을 대표하는 투사입니다. 왕에게 반기를 드는 것이 아니라, 모든 억압과 제도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 되는 것이죠. 이는 단순히 캐릭터의 설정에 그치지 않고, 이야기 전체의 구조와 철학에 반영됩니다.

드라마는 노비였던 아버지 '아모개'의 이야기로 시작되며, 한 인간이 신분의 한계를 넘어 존엄을 지키려는 과정을 밀도 있게 보여줍니다. 특히 아모개가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은 단순한 비극을 넘어서, 민중의 현실에 대한 비판과 연민을 동시에 담고 있습니다.

‘역적’은 이렇게 역사를 지배한 인물이 아닌, 역사에 짓밟힌 이들의 관점에서 시대를 바라봅니다. 이는 마치 "승자"가 아닌 "패자"의 이야기를 통해 더 깊은 울림을 주는 역사서와도 유사합니다. 길동이 싸우는 대상은 단지 연산군이 아니라, 시대 자체, 억압의 구조 그 자체입니다.

즉, 기존의 ‘성공 서사’가 아니라 연대와 존엄의 서사를 중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역적’은 기존 영웅물과 완전히 다른 궤도 위에 놓여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성과 연출로 완성된 새로운 사극 패러다임

‘역적’은 단지 주제나 시선만 다른 것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캐릭터 구성과 연출 기법 면에서도 기존 사극과 뚜렷한 차별성을 보입니다.

우선, 홍길동 캐릭터는 비현실적인 영웅상이 아닌, 성장형 캐릭터로 그려집니다. 그는 처음부터 완성된 인물이 아니라, 상처 받고 흔들리고 좌절하는 과정을 거쳐 자신만의 철학과 방식으로 싸움을 선택합니다. 이처럼 인간적인 영웅의 모습은 시청자에게 훨씬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또한 아모개 역의 김상중, 연산군 역의 김지석 등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와 감정선은 극의 설득력을 더욱 높입니다. 특히 김상중이 보여준 노비 아버지의 절절한 부성애와 현실 인식은, 사극 드라마 역사에서 손꼽히는 명연기로 평가받습니다.

연출도 돋보입니다. 어두운 배경 톤, 슬로우 모션과 음악의 절제된 활용, 고요 속의 긴장감이 서린 장면 전개 등은 기존 MBC 사극보다 훨씬 영화적인 질감을 구현합니다. 이는 ‘역적’을 단순히 드라마가 아니라 서사적 완성도를 갖춘 한 편의 드라마 콘텐츠로 평가받게 만든 요소입니다.

결국, ‘역적’은 기존 사극의 공식에서 벗어나, 백성 중심의 서사, 인간적인 캐릭터, 섬세한 연출을 통해 새로운 사극의 길을 제시한 작품입니다. 이는 MBC 사극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함과 동시에, 한국 드라마가 다룰 수 있는 이야기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드라마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은 기존 영웅 서사의 공식을 벗어나 백성 중심의 시선과 인간적인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냈습니다. 화려한 무공도, 왕족의 혈통도 없이 오직 연대와 존엄으로 싸운 이들의 이야기는 지금 이 시대에도 큰 울림을 줍니다. 아직 이 드라마를 보지 않으셨다면, 이제는 진짜 ‘백성을 위한 영웅 서사’를 경험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