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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Drama

대조영과 발해 건국의 서사 구조

by 꿈 미디어 2025. 6. 24.

대조영과 발해 건국의 서사 구조
출처 : 구글 / 대조영과 발해 건국의 서사 구조

 

KBS 대하드라마 ‘대조영’은 2006년부터 2007년까지 방영된 역사 드라마로, 고구려 멸망 이후 발해를 건국한 대조영의 생애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전쟁 사극을 넘어 민족의 재건 서사, 실존 역사와 드라마적 허구의 조화, 그리고 주인공 중심의 성장 서사를 성공적으로 결합해 긴 시간 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본 글에서는 드라마 ‘대조영’이 어떻게 발해 건국 과정을 서사적으로 구성했는지 분석합니다.

대조영 캐릭터 중심의 영웅 서사 구조

드라마 ‘대조영’은 전형적인 영웅 서사 구조(hero's journey)를 따릅니다. 대조영은 고구려가 멸망한 혼란한 시기에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고난을 겪고, 각종 시련을 극복한 후 마침내 발해를 세워 민족의 부흥을 이루는 영웅으로 그려집니다. 이는 단순한 역사적 인물의 삶을 넘어, 정체성을 상실한 민족의 구심점으로서의 상징적 인물로 대조영을 부각시키는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사의 초반부에서는 대조영이 유랑민처럼 떠돌며, 다양한 인물들과 갈등과 연대를 거치면서 점차 성장하는 과정이 묘사됩니다. 중반부 이후에는 압록강을 건너는 장면, 거란과의 동맹/충돌, 당나라와의 전쟁 등 외적 갈등이 강화되며, 이는 대조영이라는 인물의 영웅성을 더욱 극적으로 부각시키는 장치가 됩니다. 특히, 드라마는 대조영의 도덕성과 결단력, 그리고 리더로서의 카리스마를 강조하면서, 기존 사극에서 보였던 영웅상을 보다 현대적인 가치와 연결된 인물로 재해석했습니다. 이러한 구성은 시청자들에게 단순한 위인전이 아니라, 성장과 선택의 이야기로서 감정이입을 유도하며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발해 건국과 민족 재건의 내러티브

‘대조영’이 독보적인 역사 드라마로 평가받는 이유는, 단순한 영웅 서사를 넘어 민족 재건 서사를 중심에 둔다는 점입니다. 고구려의 멸망 이후, 유민들의 절망과 방황, 그리고 민족 정체성의 상실은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주요 갈등축입니다. 대조영은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국가인 발해를 세움으로써 민족의 역사를 이어가려는 사명을 수행하는 존재로 설정됩니다. 드라마는 특히 고구려 유민과 말갈 세력 간의 긴장과 협력, 그리고 주변 열강인 당나라와의 복잡한 외교 전쟁을 서사적으로 구성하여, 단순한 무력 충돌이 아니라 다층적인 정치 전략과 외교적 계산이 뒤따르는 역사적 긴장감을 부여합니다. 이를 통해 발해 건국이 단지 한 인물의 결단이 아니라, 시대 전체가 요구한 필연적 선택이라는 내러티브를 완성합니다. 또한 드라마는 발해를 ‘동방의 제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의 씨앗으로 묘사하면서, 역사적으로 저평가된 발해의 위상을 시청자에게 재인식시키는 데도 기여했습니다. 이러한 구성은 교육적 가치와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사례로 평가됩니다.

픽션과 팩트의 균형: 역사 드라마의 서사 전략

드라마 ‘대조영’은 실제 역사적 기록이 빈약한 발해 초기 역사를 무대로 삼으면서, 사실과 창작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하는 과제에 직면했습니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역사적 사건을 틀로 삼되, 그 사이의 관계성과 인물의 감정은 픽션을 통해 보완하는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실제 역사에서는 대조영과 이진충, 설인귀 등의 관계가 단편적으로만 남아 있지만, 드라마는 이들 사이를 복잡한 정치적, 개인적 갈등으로 구성하여 드라마적 긴장감을 극대화했습니다. 이는 사실 왜곡이라기보다, 서사의 공백을 창작으로 메우는 방식이며, 대중적 이해를 돕기 위한 선택이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여성 캐릭터의 서사 참여 역시 인상적입니다. 설지, 초린 등의 인물은 허구적인 면이 강하지만, 서사적 다양성과 인간관계의 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며, 현대 시청자의 감정선과도 맞닿는 지점이 됩니다. 이는 단지 역사적 사실 전달을 넘어, 드라마로서의 완성도와 감정의 설득력을 높이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대조영’은 역사 교육 콘텐츠와 드라마의 경계를 넘나들며, 시청자에게 흥미와 정보, 감동을 동시에 제공하는 역사 드라마의 이상형을 보여줬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 ‘대조영’은 단순한 인물극이나 전쟁 드라마를 넘어서, 민족 정체성과 재건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섬세한 서사 구조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영웅의 성장과 민족의 재건, 픽션과 팩트의 조화가 균형 있게 어우러지며 역사 드라마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발해의 건국이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통하는 리더십과 공동체 가치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 다시 봐도 충분히 가치 있는 작품입니다. 잊힌 제국, 발해의 서사를 다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