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은 2017년 OCN에서 방영된 한국형 시간여행 수사드라마로, 연쇄살인범을 쫓던 1980년대 형사 박광호가 터널을 지나 2017년으로 이동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후 ‘시그널’, ‘라이프 온 마스’, ‘트레인’ 등 유사한 구조의 드라마가 연달아 등장하며 장르 붐을 형성했다. 지금도 많은 시청자에게 회자되는 ‘터널’의 성공 요인과 그 이후 한국 드라마계에 끼친 영향을 살펴보자.
시간여행과 수사의 절묘한 결합
‘터널’은 단순한 시간여행물이 아니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터널’이라는 물리적 장치, 그리고 미해결 연쇄살인 사건이라는 서스펜스 구조가 유기적으로 결합되면서 독창적인 서사를 완성한다. 박광호 형사가 과거 1986년에서 현재 2017년으로 이동하는 전환점은 단순한 판타지적 장치가 아니라, 수사 서사와 감정선을 동시에 흔드는 기능을 한다. 특히 사건 중심 구조와 인간관계의 변화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박광호는 과거의 수사 방식에 익숙한 인물이지만, 현재의 과학수사 기법을 접하면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성장한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세대 간의 충돌, 정의에 대한 관점 차이, 시스템의 변화 등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서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시간여행이 흔히 겪는 서사적 허점을 극복한 것도 장점이다. ‘터널’은 시간여행 설정을 적절히 활용하되, 과거와 현재의 인과관계를 잘 관리하며 이야기의 설득력을 유지한다. 미스터리와 SF 요소가 현실적인 수사와 잘 결합되면서 몰입감을 높인 것이다.
인물 중심의 감정 서사와 몰입도
‘터널’의 강점은 무엇보다 인물의 감정선에 있다. 주인공 박광호는 시간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잃어버린 과거와 재회하고, 다른 시간대의 사람들과 연결되며 정서적인 변화와 성장 과정을 겪는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는 단순히 사건의 전개뿐 아니라 인물의 내면을 함께 따라가게 된다. 박광호(최진혁 분)는 전형적인 정의감 넘치는 형사이지만,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 정의가 단순히 개인적 분노가 아닌, 사회 전체를 향한 책임으로 확장된다. 김선재(윤현민 분)와 신재이(이유영 분) 또한 각각의 상처와 비밀을 지닌 인물로, 그들 역시 시간의 퍼즐 속에서 각자의 해답을 찾아간다. 이처럼 인물 간의 관계가 단순한 팀워크를 넘어서 ‘세대의 연결’과 ‘정의의 연속성’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감정적 울림이 깊다. 시간여행이라는 판타지 장르가 자칫 현실감 없이 흘러갈 수 있는 한계를, 인간 관계 중심의 서사로 보완한 점이 터널의 몰입도를 높인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다.
이후 드라마계에 끼친 장르적 영향
‘터널’의 성공 이후 한국 드라마계에서는 시간여행과 수사를 결합한 장르물이 본격적으로 붐을 일으켰다. 대표적인 예로 ‘시그널’, ‘라이프 온 마스’, ‘트레인’ 등이 있으며, 이들 작품은 과거와 현재의 인물들이 사건을 매개로 연결되는 구조를 바탕으로 서사를 확장했다. 특히 ‘시그널’은 무전기를 통해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고, ‘라이프 온 마스’는 정신적 환상과 실제 과거 체험의 경계에 선 구조, ‘트레인’은 평행세계 설정을 활용하여 다중적 시간 흐름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모든 흐름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터널’이다. ‘터널’은 이후 드라마 제작사들에게 장르물의 상업적 가능성을 입증해주었고, 시청자에게는 판타지 설정 속에서도 사회 정의, 인간 관계, 감정 서사 등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담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OCN이라는 장르 특화 채널의 입지를 공고히 했으며, 형사물·미스터리물의 고정 팬층을 만들어내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터널’은 단순히 성공한 드라마가 아닌, 장르 흐름의 분기점이자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시간여행 드라마가 수사극과 결합하여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 독특한 장르로 자리 잡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 흐름의 시작점이자 기준점이 된 ‘터널’은 흥미로운 구조, 강한 감정선, 설득력 있는 설정을 통해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아직 보지 않았다면, 장르물에 대한 이해와 감정 몰입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이 작품을 꼭 시청해보길 추천한다.
'TV > Dram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그널 시즌2 제작 소식 정리 (0) | 2025.07.15 |
---|---|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 시간 구조 완전 해석 (0) | 2025.07.14 |
웹툰 기반 드라마 열풍의 시작, 더블유(W) (0) | 2025.07.13 |
어쩌다 발견한 하루 세계관 정리 (0) | 2025.07.12 |
꽃보다 남자 (F4캐릭터분석, 성장스토리, 감정선파악) (0) | 2025.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