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은 단순한 공포물이 아닌, 종교와 사회 구조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갑자기 나타난 초자연적 존재들과 '지옥행 선고'라는 기묘한 설정은 시청자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집니다. “누가 악한가?”, “정의는 존재하는가?”, “진리는 과연 무엇인가?” 이번 글에서는 <지옥>이 시대정신과 종교, 사회적 통제를 어떻게 풀어냈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1. ‘지옥행 선고’와 신의 이름을 빌린 공포
드라마 <지옥>의 핵심 설정은 ‘지옥행 선고’입니다. 정체불명의 존재가 나타나 특정 인물에게 “너는 언제, 지옥에 간다”고 말하고, 그 시간이 되면 지옥사자들이 나타나 처절한 고통과 함께 그를 데려갑니다. 이 설정은 일종의 '신적 심판'처럼 보이지만, 곧 의문이 생깁니다. 선고를 받은 인물이 꼭 악한 사람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는 종교가 흔히 주장하는 ‘신은 정의롭다’는 원칙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합니다. 주인공이 아닌 한 평범한 엄마나 선량해 보이는 노인이 지옥행 선고를 받으면서, 시청자는 “진짜 죄란 무엇인가?”, “선과 악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라는 철학적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이때 등장하는 ‘새진리회’는 이러한 상황을 기회 삼아 종교적 권위를 구축해 갑니다. “그들이 지옥에 가는 이유는 죄를 지었기 때문이다”라고 강변하면서 사회적 질서를 장악하려고 하죠. 이는 현실에서도 종종 목격되는 종교 권력의 위험성과, 사람들의 불안을 이용해 진리를 조작하는 메커니즘을 그대로 투영한 것입니다.
2. ‘새진리회’와 ‘화살촉’이 보여주는 종교와 폭력의 결합
‘새진리회’는 단순한 종교 집단이 아니라, 이 드라마의 핵심 사회 비판 도구입니다. 이들은 지옥행 선고를 ‘신의 뜻’으로 포장하며 대중을 통제하고, 스스로를 ‘진리를 전달하는 자’로 자처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하는 행위는 인간의 고통을 이용한 선동, 심리적 조작, 사회적 마녀사냥입니다.
이와 연결된 또 다른 조직 ‘화살촉’은 새진리회의 열성 지지자들이며,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합니다. 이들은 사회적 약자, 지옥행 선고를 받은 가족 등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가하면서 ‘신의 정의’를 실현한다고 믿습니다. 이는 종교적 광신이 어떻게 쉽게 극단주의로 변질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현실 세계에서도 이런 구조는 낯설지 않습니다. 정치나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 불확실한 진리를 맹신하며 타인을 배척하는 행위는 인류 역사 속에 반복되어 왔습니다. <지옥>은 바로 이런 점을 날카롭게 찌릅니다. 진리란 이름으로 사람을 억압하고,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누군가의 죽음을 정당화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드라마가 진짜 말하고 싶었던 ‘지옥’일지도 모릅니다.
3. 정의는 존재하는가: 진실을 드러내는 자의 고통
<지옥> 후반부에서 드러나는 ‘진실’은 기존의 종교 체계와 사회 질서를 뒤흔듭니다. 지옥행 선고를 받은 이들이 무고하거나, 심지어 죄가 없는 아기까지 포함된다는 사실은 새진리회가 내세우던 ‘신의 정의’라는 개념을 붕괴시킵니다. 이때 드라마는 “과연 진짜 정의는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집니다.
진실을 밝히려는 인물들은 대부분 희생당하거나 사회적으로 매장됩니다. 방송국 피디 배영재는 지옥행 선고를 받은 딸의 진실을 알리고자 하지만, 극심한 공포와 위협에 직면합니다. 진실을 말하려는 자는 고립되고, 오히려 거짓을 퍼뜨리는 자가 힘을 얻는 사회는 우리 현실과도 닮아 있습니다.
이러한 전개는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를 떠올리게 합니다. 진실을 본 자는 타인에게 그것을 전달하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거짓말쟁이라며 배척하죠. <지옥>은 현대 사회의 도덕성과 대중 심리, 진실의 왜곡을 냉철하게 묘사하며, “정의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공정함은 존재하는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을 끝까지 놓지 않습니다.
<지옥>은 종교적 장치를 통해 인간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파헤치는 드라마입니다. 초자연적인 존재보다 더 무서운 건, 사람들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거짓 진리와 그것을 믿는 대중의 광기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지옥’이란 장소가 아니라, 타인을 억압하고 판단하며 스스로 의롭다고 믿는 인간의 집단 심리 안에 존재한다는 메시지는 지금 이 시대에도 유효합니다.
2025년, 시즌2 공개를 앞둔 지금 <지옥>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사회를 비추는 거울로서 그 가치를 다시금 확인시켜주고 있습니다. 아직 <지옥>을 보지 않으셨다면, 지금이 그 안의 '진실'을 마주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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