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에 개봉한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The Suicide Squad)는 DC 확장 유니버스(DCEU)의 흐름을 바꾸는 전환점이 된 작품입니다. 이전 2016년 작품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 구성, 인물 중심의 서사를 통해 관객에게 신선함을 선사했으며, 각 캐릭터가 지닌 내면적 동기와 변화를 중심으로 이야기의 몰입도를 끌어올렸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속 주요 캐릭터들의 서사 구조를 중심으로 작품의 깊이를 분석해봅니다.
블러드스포트: 무관심에서 희생으로
주인공 블러드스포트(로버트 듀보이스)는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단순히 돈과 목숨을 맞바꾸는 비협조적이고 냉소적인 용병처럼 보입니다. 그는 딸과의 관계도 끊긴 상태이며, 세상에 무관심한 인물로 그려지죠. 하지만 스토리가 전개될수록 그의 서사는 점차 책임감과 희생의 방향으로 변화합니다. 그 변화의 가장 큰 분기점은 딸과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되는 순간입니다. ‘자신은 히어로가 아니’라고 반복하지만, 팀원들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장면에서는 오히려 진짜 히어로의 면모가 드러납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피스메이커와의 대결은 단순한 액션이 아닌, 도덕적 선택의 순간으로 읽히며, 그의 캐릭터 서사를 완성시킵니다. 블러드스포트는 자기중심적 생존에서 집단적 책임감으로, 개인 서사가 공동체 서사로 확장되는 전형적인 변화 구조를 따릅니다. 이처럼 그를 단순한 안티히어로로 남기지 않고, 복합적인 감정의 층을 더한 것이 이 작품의 진화된 서사 방식 중 하나입니다.
할리퀸: 광기 속의 자각과 해방
할리퀸(마고 로비)은 이전 작품들에서도 중심 인물로 활약했지만,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는 독립적이고 능동적인 인물로 새롭게 조명됩니다. 그녀의 서사는 “광기에서 해방으로, 그리고 자각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녀가 군사 지도자와의 로맨스를 순식간에 종료하고 “너 같은 놈은 내가 봤던 놈들과 똑같아”라며 총을 겨누는 장면은, 단지 충격적인 전개가 아닌 트라우마 극복과 자기 주도성 회복의 상징입니다. 과거 조커의 그림자에 묶여 있던 캐릭터가 비로소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존재로 거듭난 것이죠. 할리퀸은 여전히 광기와 엉뚱함으로 무장한 캐릭터지만, 그 이면에는 ‘누군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는 강한 주체성이 자리합니다. 이처럼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그녀의 캐릭터를 단순한 코믹 릴리프가 아닌 정서적 독립의 메타포로 사용하며, 인물 서사의 밀도를 끌어올립니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여성 팬층에게 큰 공감을 얻었으며, 할리퀸의 이미지를 소비 대상에서 능동적 서사 주체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랫캐처 2와 킹 샤크: 이방인 서사의 감정 연결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가장 인상 깊은 조연이라면 단연 랫캐처 2와 킹 샤크입니다. 그들은 각각 도시 빈민의 딸과 언어조차 원활히 구사하지 못하는 고대 생물이라는, 이방인의 상징으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 둘은 오히려 영화 전체에서 가장 인간적인 감정선을 제공합니다. 랫캐처 2는 아버지(랫캐처 1)의 영향으로 쥐를 조종하는 능력을 가졌지만, 그로 인해 사회적 외면을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동료를 먼저 챙기고, 따뜻한 감정을 공유할 줄 아는 인물로 묘사되며, 영화의 감정적 중심축이 됩니다. 특히 블러드스포트와의 유대는 부성애적 감정과 감정 치유의 흐름을 보여주며, 두 인물의 내면적 성장까지 유도합니다. 킹 샤크는 겉으로는 괴물 같지만, 아이처럼 순수한 본성과 외로움을 가진 존재입니다. 그는 인간과의 소통에 실패하지만, 작은 생명체들과 교감하려는 모습에서 소외된 존재의 외로움과 연대의 욕망을 표현합니다. 이 두 캐릭터를 통해 영화는 '가장 약해 보이는 존재들이 가장 인간적'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서사는 관객이 단순한 액션과 폭력의 소비를 넘어서, 연민과 이해라는 감정에 도달하게 하는 도구로 작용합니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단순한 안티히어로 팀 영화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각 캐릭터의 내면과 변화에 집중한 서사 구성을 통해, 폭력과 유머 뒤에 숨겨진 감정과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했습니다. 그 결과 DC 확장 유니버스에서도 드물게 호평과 팬덤을 동시에 얻은 작품이 되었으며, 서사가 액션보다 중심에 있는 슈퍼히어로 영화로 평가받습니다. 제임스 건 감독의 연출이 빛났던 이 작품은 캐릭터 기반 영화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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